인도 코다이카날 이라는 산속 마을에 머물 때였다.길을 걷고 있는데 어떤 허름한 아저씨가길가에 쭈그려 앉아있다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내가 가게 구경시켜줄 테니까 보러 갈래?”이 산속에 가게가 있나? 약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궁금해서 따라갔더니오래되고 삭아버린 리어카 위에 나무판이 얹혀있었고그 위에 음료들이 몇 개 있었다. 아저씨는 당당히 “This is my shop (디스이즈 마이 솝)” 이라고 소개했고,우리는 어이가 없는 나머지 웃음이 새어 나와 참느라 혼났다.길을 돌아서서 인도 아저씨 특유의 말투를 따라 하면서 마구 웃어댔다. 디스 이즈 마이 솝! 아저씨의 당당한 모습이 자꾸 떠오르면서처음엔 웃기다가 나중엔 귀엽다가끝내 멋지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어떻게 그 허름한 리어카 위에 음료를 올려놓고당당하게 마이솝이라고 소개할 수 있지?나라면 절대하지 못했을 그런 당당함. 평생 주변을 의식하고 살아온 삶 앞에서마이솝 아저씨는 내게 작지 않은 충격이었다. 큰 회사가 최고라고.그래야 주변에 꿀리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며언제 결혼 자금은 모을지언제 이렇다 할 포트폴리오를 쌓아서누구나 인정해주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지.쇼핑도 참 자주 했다.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매일 더 남들 눈에 나아 보이는 삶을 갈망하며이상한 불안함에 사로잡혀 살던 회사원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의 불안들이 모두 하찮게 느껴졌다. *사진은 내가 만난 작은 마이솝들. 인도의 씹는 담배 '빤' 가게 셔터내린 건물 앞 야채가게 세탁소 짜이가게의 포즈장인 무슨 가게였을까. 이른아침 노상에 펼쳐진 작은 야채시장